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취향에 이끌려 낯선 이에게 보내는 편지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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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이끌려 낯선 이에게 편지를 보낸 여자, 그리고 그 편지를 읽으며 사랑에 빠진 남자

“아, 난 이 순진한 남자가 너무 좋다. 그 순박한 코며 귀여운 눈, 방긋 웃는 상냥한 입술과 약간 처진 작은 뺨이 좋다.
말하는 거, 밥 먹는 거, 노래하는 거,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모습. 그가 그리는 그림, 그가 듣는 음악…… 뭐든지 다 좋다.”
-젠티

“난 이제 이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하는 자유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아. 자유는 사랑이 있을 때만 존재하는 걸까?”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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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 ‘썸’ 열풍 속 ‘진짜 사랑’에 관한 이야기

내가 니 꺼인지, 니가 내 꺼인지 헷갈리는 애매한 상황을 ‘썸’이라고 부른다. 일명 ‘썸을 탄다’고 하는 상황에는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연애를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치밀한 머리싸움의 연속, 밀당으로 채워진 그 시간이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썸을 타고, 연애하기에 앞서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피상적으로 눈에 띄게 반짝이는 걸 찾아내고 그 발견의 기쁨을 독자들에게 호들갑스럽게 전하는 게 내 직업이잖아?
그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정말 오래 열광하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못 보는 게 아닌가 싶었어.”
-48페이지

이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원하게 함으로써 가진 것과 관계없이 조금씩 더 가난해지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암의 손에서 건들거리던 코스모스를 보고 미소 짓는 영희처럼 보다 소박한 것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과 관계없이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영희와 지암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자인도 모르겠다. 남들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곳에서도 천국을 보고, 남루한 외투 속에 감추어진 천사의 얼굴을 찾아내는 능력 말이다. 이 소설은 수많은 실패 끝에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영희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사랑하는 방법을 잊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르쳐준다.

 

2. 망설이지 말고, 사랑하라!

사랑에 잘 빠지는 타입의 여자들이 있다. 두려움 없이 사랑에 빠져 상대와 그 감정에 몰입하는. 그것도 일하거나 사는 것 이상으로 능력을 요청하는 일일 것이다. 영희는 그런 연애 경험이 많은 여자다. 자신의 직업 때문에도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 끊임없이 열정의 대상을 바꾸어 왔다고 고백하는……. 하지만 과연 그게 모두 그녀의 직업 덕이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세상에는 여러 타입의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이 있고 그 안에는 이른바 ‘건어물녀’나 ‘연애 고자’도 있을 터이니 말이다. 사랑함에 있어 중요한 건 직업이나 스펙이 아니라 기질이고 태도다. 자신을 열어야 할 순간에 열어버리는 것, 두려움이나 부끄러움 없이 그래 보는 것. 그래야만 상대가 들어가서 채울 수 있는 ‘자신의 빈자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영희는 상대가 누구든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심지어 고양이나 개에게서도. 더욱 더 심오한 건 영희에게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이 가진 빛으로 유일하게 밝힐 수 있는 존재를 찾아내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그 빛의 진정한 가치와 유일무이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전혀 모르고 살던 한 남자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편지를 쓴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그러니 ‘인간은 자기 자신의 별이다’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황홀하게도.
-165페이지

 

3. 취향으로 깊어지는 사랑

저자의 전작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가 취향에 대한 에세이였다면, 이번 작품은 취향을 테마로 한 연애 소설이다. 저자는 말한다. “취향이 왜 중요하냐고요? 그게 바로 당신의 존재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누구와 함께, 어디서, 무슨 대화를 나누며,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존재 방식…….”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는 한 여자가 한 남자의 단편적인 취향에 이끌려 그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 관계가 시작되어, 서로의 가장 좋은 취향을 공유하며 사랑을 확장하고, 그 사랑과 취향의 힘을 통제하지 않았기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었던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바꾸고자 하면 안 돼요. 하지만 스스로 상대에게서 뭔가 배우고
그 배움으로 변화를 허용하는 건 근사한 일이죠. 사랑에 빠진 사람들만이 품을 수 있는 잠재성 말이에요.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는 이가 있기에 겁도 없이 마음먹은 대로 다르게 살 수 있는 잠재성.”
-김경

그 잠재성 때문에 이 소설은 달달한 연애 소설 그 이상의 범주를 훌쩍 넘기도 한다. 자본가들이 강요하는 프로그램에 맞춰 사는 범상한 삶에 대한 낭만적인 정신의 저항이랄까? 사랑으로 힘이 세진 연인들의 도발이랄까? 그 때문에 그들만의 사랑의 행로를 지켜보는 일이 마지막까지 흥미롭다.

 

4.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영희의 눈에 지암은 세상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존재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도 지암이 그런 존재인가? 우리 사회의 남자들은 그들이 버는 수입이나 외형, 혹은 자신감 넘치는 말투 같은 걸로 남자다움을 평가받는다. 그런 점에서 지암은 조금도 남자답지 않다. 심지어 그는 자기표현대로 ‘수풀에 사는 풀벌레’처럼 존재감 없는 남자다. 그러나 영희는 순수하게 그 남자 안에 있는 아름다움의 광채를 본다. 그리고 사랑은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배움으로써 타인들이 정한 이 세상의 모든 규범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그렇다’는 답을 얻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다른 사람이 지니지 않은 매우 개인적이고도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고, 타인이 먼저 발견해 주기를 바라기 전에 스스로 타인에게서 그것을 먼저 발견할 수 있다면 러셀이 말한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을 쟁취할 수 있으리라.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개인들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랑이며 만나는 사람들을 지배하려 하거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 내려고 하는 대신, 그들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 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파스칼과 윌리엄 브레이크를 좋아하는 마흔 살의 화가에게 호기심을 품게 된 영희가 그에게 편지를 쓰며 음악이나 영화, 문학에 대한 자신의 기호와 취향을 알려주며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것처럼 말이다.

 

5. 영희가 소개하는 54가지 취향 리스트

이 소설은 매우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여주인공 특유의 개성으로 시종일관 유쾌함과 명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단히 철학적이다. 그건 파스칼이나 쇼펜하우어, 세네카 등의 철학자를 좋아하는 영희의 특별한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삶에 대한 영희의 의외의 진지함 때문일 것이다. 분주히 생활하는 동안 종종 망각하게 되는 참된 자신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책을 읽고 스스로를 탐색하는 인물이라고 할까? 문득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천진하게 보일 정도로 순수한 남자에 이끌리는 성향과 철학책을 즐겨 있는 취향 사이에 일말의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아마 맹자였을 겁니다. 철학의 중요 임무는 살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 즉 ‘갓난아이의 마음’을 발견하고 되찾는 데 있다고 한 건.
심지어 맹자는 ‘위인이란 그 어릴 때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했죠.”
-김경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는 본 소설과 취향 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본 소설이 끝나면 소설 속에 등장한 영희와 지암의 수많은 취향 중 영희가 직접 고른 54가지의 취향 리스트가 담겨 있다. 소설 속에서 영희의 애정을 듬뿍 받은 우디 앨런에서부터 지암이 사랑하는 작가 윌리엄 블레이크까지. 영희에게 혹은 지암에게 영향을 끼친 책과 작가, 음악과 음악가, 영화와 영화감독, 그리고 그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담긴 장소에 대한 영희의 설명을 듣다 보면 화려한 생활 속에서도 연민에 끌리고 순수함을 갈망하게 되는 영희의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커트 보네거트, 존 버거, 쇼펜하우어, 오스카 와일드, 웨스 몽고메리, 한 대수, 랠프 월도 에머슨 등 영희가 꼽은 취향 리스트들을 쭉 훑어보면 하나의 결이 보인다. 인간을 사랑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불꽃처럼 살다 간 인물들, 혹은 그들의 작품들이라는 것. 영희가 차곡차곡 모아온 보물 상자 같은 취향 리스트를 열어 보면 그녀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또한, 영희가 곁에서 설명해 주는 듯한 취향 리스트는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 인물을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더불어 취향 리스트에 담긴 주옥같은 명작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챙기길 바란다.

 


 

작가 소개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김경의 첫 소설!

그녀는 늘 나 자신을 먼저 들여다봄으로써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이 세계의 어떤 진실을 탐색하여 다 함께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글쓰기를 추구해 왔다. <한겨레21>, <중앙 선데이>, <씨네21>, <경향>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많은 책을 읽었고, 많은 예술가와 사상가들을 만나며 너무도 중요한 것을 찾아냈다. 그건 분주히 생활하는 동안 잃어버린 ‘이 세상에서 내게 너무 소중한 것들’을 찾아내어 함께 사랑하고 공유하며 어린아이처럼 자주 웃음을 터트리는 거다. 저자는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가르침에 따라 3년 전 패션잡지 편집부장 자리를 제 발로 걷어차고 화가 남편과 함께 강원도 평창에서 손수 집을 짓고 있다. 또한, 예술은 인간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빵’ 이외에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자기만의 미적 방향성으로 증명하는 일이기에 책이나 그림이 안 팔려도 절대 좌절하지 않겠다는 포부 아래 페이스북에서 ‘어느 예술가 커플의 산골 별장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2013년 취향에 대한 에세이집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칼럼집 『뷰티풀몬스터』, 인터뷰집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여행에세이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 있다. 트위터 계정 @kimkyung19

 

대세남 허지웅이 추천하는 진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싫어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 내게 가장 좋은 것들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건강한 것이다. 불행히도 나는 반대편에 주로 서 있었던 것 같다. 김경의 이야기 안에서 그녀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상대의 마음 깊은 곳까지 애써 손을 뻗어 한마디 한 문장이라도 가닿을 수 있게 애를 쓰는지 알 수 있다.
-허지웅

 


 

책의 목차

 

‧ 작가의 말

1. 파스칼을 좋아하세요?
2. 자기만의 섬, 뉴욕에서
3. 연애, 그 창조의 시간
4. 존 버거인지, 햄버거인지
5. 이별해도 취향은 남는다
6. 쇼팽과 카텔란, 그리고 섹스
7. 집에 가자, 네르발
8. Why Not? 그럼 안 돼?
9. 술 한 잔 더?
10. 그대는 고양이로소이다
11. 거기 아직 있나요?
12. 어느 별에서 오셨어요?
13. 발가락이 닮았다
14. 떡하니 차표를, 이마에 찍고
15. 죄와 벌
16. 애증의 동력
17. 자작나무 타는 냄새는 달다

‧ 취향 리스트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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